컬러의 시대, 블랙은 어떻게 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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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 Demeulemeester




최근 패션은 컬러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비비드한 색감과 과감한 조합, 그리고 시선을 끄는 포인트 컬러 스타일링이 시즌 전반을 이끌며 색들의 조합이 점점 더 강조되는 흐름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거리와 일상에서는 여전히 올블랙 스타일링이 꾸준히 선택되고 있다. 강렬한 색이 주목받는 시기일수록 오히려 절제된 컬러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안정감과 완성도는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이는 스타일을 구성하는 또 다른 방식으로서 올블랙이 여전히 유효한 언어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올블랙이라는 단일 색이 전제된 상황에서 소재와 형태가 어떻게 변주되며 확장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컬러를 배제한 상태에서 오히려 더욱 두드러지는 실루엣과 질감의 역할, 블랙이 지닌 고유한 아우라가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는지에 주목한다. 특히 블랙은 단순한 절제의 색을 넘어 관능과 긴장감, 서정적인 분위기까지 포괄할 수 있는 복합적인 언어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Balmain, Ann demeulemeester, Jean Paul Gaultier의 2026 AW 컬렉션 중 올블랙 스타일링을 선별해 분석한다. 각 브랜드는 동일한 블랙을 사용하면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실루엣과 소재를 다루며, 이를 통해 고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올블랙 스타일링이 각 브랜드의 미학과 태도를 드러내는 하나의 설계 방식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확인해 볼 수 있다.




Bal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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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망(Balmain)의 2026 AW 컬렉션은 올블랙 스타일링이 어떻게 절제된 방식으로 관능성을 구축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1940년대의 우아함과 필름 누아르 속 여성상을 참고한 이번 컬렉션은 구조적인 숄더, 펜슬 스커트, 몸에 밀착되는 슬리브를 중심으로 신체를 강조하는 실루엣을 전개한다. 전반적으로 슬림하고 정제된 핏을 유지하면서도 특정 부위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긴장감 있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특히 동일한 블랙 컬러 안에서 레더, 새틴, 울, 가공된 깃털과 모자이크 레더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미묘한 질감의 대비를 만들어내며 색의 변화 없이도 깊이 있는 시각적 레이어를 선보인다. 이러한 접근은 블랙이 지닌 고혹적인 이미지를 더욱 절제된 방식으로 끌어올리며 과시적인 화려함 대신 정제된 관능미라는 방향으로 발망의 미학을 정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nn Demeulemee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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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드뮐미스터(Ann Demeulemeester)의 2026 AW 컬렉션 ‘Dear Night Thoughts’에서 보여준 올블랙 스타일은 보다 동적이다. 깃털과 드레이핑으로 아웃라인에 변화를 주고 길게 흐르는 실루엣과 레이어링을 통해 형태 자체가 경쾌하다. 여기에 디스트레스드 레더, 해진 텍스처, 섬세한 레이스가 더해지며 록적인 무드와 낭만적인 분위기가 동시에 공존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블랙이라는 단일한 색 위에서 더욱 또렷하게 드러나며 컬러의 부재가 오히려 질감과 형태를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이 컬렉션은 올블랙이 반항성과 시적인 감각까지 함께 담아낼 수 있는 스타일링임을 보여준다.



Jean Paul Gault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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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의 2026 AW 에서의 올블랙 스타일들은 블랙이라는 컬러의 고유한 아우라가 가장 잘 두드러진다. 듀란 란팅크(Duran Lantink)는 기존 하우스의 코르셋 구조와 테일러링을 기반으로 해체된 핀스트라이프 수트와 바디수트 등 실험적인 실루엣을 선보이며 젠더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든다. 특히 전체적으로 블랙을 중심에 두었기에 과감하게 변형된 형태와 디테일들이 더욱 또렷하게 부각되며 마치 패션 스케치 속 인물이 그대로 현실로 걸어나온 듯한 인상을 준다. 장식과 구조, 신체의 관계를 자유롭게 재구성하면서도 어떤 젠더에도 제한되지 않는 보편적인 매력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이번 컬렉션은 올블랙 스타일링이 지닌 표현 가능성을 극대화한 사례로 보인다.



Junya Watana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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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Junya Watanabe의 2025 AW에서는 다양한 레퍼런스를 콜라주하듯 결합한 구조적 실험이 두드러진다. 해체된 테일러링 위에 기능적인 요소들이 덧붙여지고, 미래지향적인 갑옷을 연상시키는 소재들이 신체 곳곳에 배치되면서 각각의 파편들이 하나의 룩 안에서 긴장감 있게 공존한다. 이때 올블랙은 이러한 복합적인 구성 요소들을 정리하는 일종의 프레임으로 작동한다. 색의 개입이 배제된 상태에서 서로 다른 질감과 구조, 디테일들이 어디에 어떻게 놓여 있는지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며 시선은 자연스럽게 형태와 배치로 향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색의 통일은 콜라주된 요소들 간의 관계를 또렷하게 드러내고 그 실험성을 한층 매력적으로 강조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Balenci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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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enciaga의 2026 AW는 하우스의 오뜨꾸뛰르적 유산과 동시대 청년 문화라는 상반된 미학이 하나의 흐름 안에 공존한다. 특히 올블랙은 이러한 대비를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매개하는 핵심적인 장치로 작동한다. 가죽처럼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강한 존재감을 지닌 소재들은 블랙 안에서 과도한 장식 없이도 깊이감 있는 긴장감을 형성할 수 있다. 재질의 물성에서 비롯되는 미묘한 반사와 빛의 흐름은 색의 개입이 없기에 더욱 섬세하게 감지되며 같은 실루엣이라도 전혀 다른 서사를 생성하는 기반이 된다. 여기서 블랙은 특정한 이미지를 고정하기보다, 오히려 해석의 여지를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발렌시아가의 이번 컬렉션에서의 올블랙은 관객으로 하여금 각 룩을 보다 열린 서사로 인식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Kiko Kostadi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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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o Kostadinov의 2026 AW 컬렉션은 조류 관찰과 조류 이미지에서 비롯된 실루엣을 중심으로 전개되었고 올블랙은 그를 더욱 또렷하게 드러낸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장신구다. 블랙으로 통일된 의복 위에서 선글라스와 목걸이는 묻히지 않고 정확히 분리되어 보인다. 어디에 놓였는지, 어떤 형태인지가 한눈에 들어오면서 스타일링의 일부가 아니라 독립적인 조형 요소처럼 작동한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옷에서 장신구로, 다시 전체 실루엣으로 흐르게 된다. 


컬러를 중심으로 한 스타일링이 강하게 부상하고 있는 지금의 흐름 속에서도 블랙은 여전히 유효한 선택지로 남아 있다. 오히려 다양한 색이 범람할수록 블랙이 지닌 고유한 아우라와 분위기는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이번에 살펴본 세 컬렉션은 동일한 블랙이라는 전제 아래에서도 전혀 다른 실루엣과 질감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결과적으로 올블랙 스타일링은 트렌드의 방향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선택되는 스타일링 방식으로 자리하고 있다. 컬러가 만들어내는 즉각적인 인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블랙은 보다 깊이 있는 시각적 경험을 형성한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패션에서도 블랙을 통해 구현되는 실루엣과 소재의 미묘한 차이, 그 안에서 생성되는 분위기에 대한 탐구는 계속해서 유효한 관찰 지점으로 남을 것이다.






Assistant Editor. Jungbeen Kim 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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